유난히 더운 날이었는데, 이 공간만은 냉기가 느껴졌다. 감성을 담은 공간 구성, 내부는 원목과 라탄, 리넨 등의 자연 소재로 가득 채워져 있다. 모든 것이 과하지 않고 조용히 제자리를 지키는 느낌이 좋았다.
따뜻함이 담긴 메뉴들, 메뉴판을 보며 고민하던 중 사장님께서 직접 추천해 주신 밀크티와 샌드위치를 주문했다. 디저트와 음료 모두 다른 무인카페보다는 종류도 많고 맛도 정직했다. 요즘 SNS용 비주얼만 좋은 카페와는 확연히 달랐다.
워킹맘도, 육아맘도 머물 수 있는 곳. 오후 시간이 되자 공부하러 온 듯한 손님들이 한두 명 들어왔다. 한쪽엔 아기를 유모차에 태우고 혼자 커피를 마시는 엄마도 있었다. 모두가 조용히, 그리고 자연스럽게 이 공간을 즐기고 있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카페 이름이 ‘만월경’인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하다 문득 깨달았다. 완전한 달, 밝은 빛, 그리고 그 아래 머무는 따뜻한 시간. 이 공간에선 나를 꾸미지 않아도 되고, 무언가를 해내지 않아도 되었다. 잠시라도 내 마음을 내려놓고 숨을 고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이런 감정을 주는 공간이 많지 않기에, 오늘 이 기억은 오래도록 내 안에 머물 것 같다.